오늘은 좀 뜬금없지만 게임 얘기를 해볼까 해요. 사실 저는 게임을 잘 못 하는 편인데, 얼마 전에 ZDNet Korea에서 ‘라그나로크 제로: 글로벌’ 공개 테스트 소식을 봤거든요. 라그나로크 하면 떠오르는 게 뭐다? 바로 ‘낙원’과 ‘프리스트’라는 단어. 2000년대 초반 PC방에서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그 게임이죠. 저도 대학생 때 친구 따라 잠깐 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몬스터 잡고 레벨업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와서 이 뉴스를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더라고요. 게임 속 퀘스트와 우리 인생의 퀘스트가 비슷하다는 점이요.
게임에서 퀘스트는 보통 ‘NPC에게 말 걸기 → 특정 아이템 모으기 → 몬스터 처치하기 → 보상 받기’ 순서로 진행되잖아요. 그런데 인생의 퀘스트는 훨씬 복잡하고 명확한 지시사항이 없어요. 예를 들어, 40대 주부인 제가 매일 하는 집안일도 퀘스트라고 본다면, 설거지 퀘스트는 ‘더러운 그릇을 깨끗이 씻어 정리하라’는 간단한 미션인데, 자녀 교육 퀘스트는 ‘학원 보내기, 숙제 봐주기, 진로 상담하기’ 등 수많은 서브 퀘스트가 딸려오거든요. 게임이라면 퀘스트 창에 세부 목록이 주욱 뜨겠지만, 현실은 그런 가이드가 없으니까 더 헤매게 돼요.
사실 게임 속 퀘스트도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라그나로크 초기에는 ‘포링 10마리 잡기’ 같은 기본 퀘스트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점점 복잡해져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특정 아이템을 모아서 제련한 후에야 완료’되는 퀘스트도 생겼어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20대에는 ‘취업하기’라는 단순한 퀘스트가 메인이었는데, 40대가 되니 ‘자녀 교육’, ‘노후 준비’, ‘건강 관리’ 등 여러 퀘스트가 동시에 떠 있네요. 게임에서 퀘스트가 많아지면 우선순위를 정하듯, 현실에서도 ‘지금 당장 중요한 퀘스트’와 ‘나중에 해도 되는 퀘스트’를 구분하는 게 필요해요. 저는 매일 아침 다이어리에 오늘의 ‘메인 퀘스트’ 하나와 ‘서브 퀘스트’ 세 개를 적는데, 이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게다가 게임 속 퀘스트는 대부분 ‘레벨 제한’이 있어서, 일정 레벨이 안 되면 아예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인생은 레벨 제한이 없어서 때로는 너무 어려운 일을 덜컥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그랬어요. 글 쓰는 법도 모르고, 마케팅은 더 모르고, 그냥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죠. 그런데 이게 마치 레벨 10짜리 캐릭터가 레벨 50짜리 던전에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첫 포스팅 쓰는데 5시간 넘게 걸리고, 방문자는 하루에 3명. 그때 ‘이 퀘스트는 내 레벨에 맞지 않는데?’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니까 어느 순간 레벨이 오르더라고요.
통계에 따르면,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 중 1년 안에 포기하는 비율이 무려 70%를 넘는다고 해요. 저도 그 통계에 들어갈 뻔했지만, ‘퀘스트를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됐어요. 게임에서도 어려운 퀘스트는 여러 번 도전해야 성공하잖아요? 저는 블로그를 3개월째 접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1년은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매일 30분씩 글을 쓰는 ‘작은 퀘스트’로 난이도를 낮췄죠. 그렇게 1년이 지나니 방문자가 하루 100명을 넘기 시작했어요. 인생의 퀘스트도 ‘지금 내 레벨에 맞는 작은 단계’로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인생의 어려운 퀘스트를 마주할 때 중요한 건 ‘지금 내 레벨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같아요. 게임에서는 레벨이 숫자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내 능력을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심리 테스트 같은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위키백과의 MBTI 문서를 보면서 ‘아, 나는 이 성향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하고 깨달은 적이 있어요. 내 성향이 어떤지 알면, ‘이 퀘스트는 나한테 너무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다른 루트를 찾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MBTI가 INFP인데, 이 성향은 계획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해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블로그 마케팅 전략을 세워라’는 퀘스트는 저에게 너무 어려웠어요. 대신 저는 ‘내가 진짜로 흥미 있는 주제로 글을 쓰고, 느낌이 오면 SNS에 올리자’는 식으로 퀘스트를 재정의했어요. 그게 제 레벨에 맞는 방식이었죠. 만약 MBTI를 몰랐다면, ‘왜 나는 계획대로 안 되지?’하며 자책만 했을 거예요. 자기 이해가 인생 퀘스트의 첫걸음이라는 걸, 이 경험으로 확실히 알게 됐어요.
라그나로크 제로 공개 테스트 소식을 보면서 느낀 건, 그 게임이 ‘리마스터’ 버전이라는 점이에요. 원작의 장점은 살리고, 시대에 맞게 개선한 거죠. 이게 우리 인생에도 적용되지 않을까요?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리마스터’할 기회가 오는 거예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현재를 만드는 거죠. 저도 요즘 아이가 커가면서 예전에 못 했던 것들을 다시 배우고 있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게임도 가끔 하고요.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리마스터’라는 개념은 게임 업계에서 자주 쓰이지만, 인생에도 딱 맞는 비유예요. 원작(과거)의 좋았던 점은 살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은 버리거나 개선하는 거죠. 저는 30대에는 ‘육아와 가사’라는 메인 퀘스트에 집중하느라 내 취미를 완전히 포기했어요. 그런데 40대가 되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과거에 그림 그리고 싶었던 나’를 리마스터하기로 결심했어요. 유튜브에서 수채화 강좌를 찾아보고, 주말마다 1시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처음엔 서투르지만, 그 과정이 즐거워요. 인생의 리마스터는 ‘완벽한 새로움’보다 ‘과거의 나를 업데이트’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 내 인생에 어떤 퀘스트가 있는지 한번 적어보는 거예요. 게임처럼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로 나눠서요. 메인 퀘스트는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직장, 가족, 건강)이고, 서브 퀘스트는 하고 싶은 일(취미, 자기계발, 여행)이 될 거예요. 그리고 각 퀘스트에 난이도를 표시해보세요. 너무 어려운 건 ‘레벨 부족’으로 판단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이 방법은 게임에서 배운 건데, 막상 해보니 현실에서도 효과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저는 이 방법으로 ‘다이어트’라는 퀘스트를 성공했어요. 처음에는 ’10kg 감량’이라는 큰 목표를 세웠다가 실패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아침 10분 스트레칭’이라는 서브 퀘스트로 바꿨어요. 난이도는 ‘하’로 표시했죠. 그리고 한 달 후에는 ‘주 3회 30분 걷기’로 업그레이드했어요. 지금은 6개월째 꾸준히 운동하고 있고, 5kg 감량에 성공했어요. 이렇게 작은 퀘스트를 하나씩 완료하다 보면, 어느새 큰 퀘스트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체험했어요.
물론 주의할 점도 있어요. 인생은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게임은 세이브-로드가 가능하고, 죽으면 부활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게임에서는 용감하게 던전에 돌진해도 되지만, 현실에서는 ‘혹시 일이 잘못되면?’이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퇴사하고 창업하는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를 포기하는 위험이 따르잖아요. 그럴 때는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복구할까?’를 미리 계획해두는 게 좋아요. 제 경우에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 ‘1년 동안은 본업(육아와 가사)에 지장 없이 할 수 있는 시간만 쓰자’고 규칙을 정했어요. 그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었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에요. 게임에서도 퀘스트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거나 다른 퀘스트로 넘어가잖아요. 인생에서도 실패는 ‘게임 오버’가 아니라 ‘경험치 획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블로그 마케팅 전략’이라는 책을 읽고 따라 했는데 완전히 실패했어요. 방문자가 오히려 줄었거든요. 그때는 속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블로그에 맞는 방법이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실패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게임 속 ‘죽은 뒤에 얻는 경험치’와 비슷해요.
또 하나, 게임 속 퀘스트는 대부분 혼자 해결할 수 있지만, 현실의 퀘스트는 협력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가사 퀘스트도 가족과 함께 하면 더 쉽고, 일 퀘스트도 동료와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우리는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해요. 특히 주부인 저는 ‘집안일은 내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끙끙 앓았던 적이 많아요. 그런데 게임에서는 길드를 만들어서 파티 플레이를 하잖아요? 현실에서도 ‘나만의 길드’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친구, 가족, 동호회 사람들이 내 길드원이 되는 거예요. 어려운 퀘스트가 생기면 길드원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저도 요즘은 남편과 아이에게 ‘오늘은 내가 서브 퀘스트(취미 시간)를 좀 할게, 메인 퀘스트(청소)는 너희가 도와줘’라고 말해요.
길드의 힘은 생각보다 커요. 예를 들어, 저는 ‘독서 모임’이라는 길드에 가입했는데, 거기서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퀘스트를 함께 하고 있어요. 혼자였다면 미루기 쉬운 퀘스트지만, 길드원들과 함께 하니 의무감도 생기고, 책에 대한 토론도 즐거워요. 또 ‘육아 스트레스’라는 어려운 퀘스트도,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훨씬 수월해졌어요. 게임에서 길드 퀘스트가 보상이 좋은 것처럼, 현실의 길드 활동도 큰 만족감을 줘요.
마지막으로,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게임에서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경험치, 아이템, 골드를 줘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퀘스트가 끝나도 바로 보상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보상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는 퀘스트는 18년 동안 해도 보상이 확실하지 않잖아요. 그럴 때는 ‘작은 보상’을 스스로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 저는 하루에 한 가지라도 해낸 일이 있으면, 그날 저녁에 좋아하는 차를 한 잔 마시거나, 10분이라도 명상을 해요. 그게 내가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신호이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방법이에요.
보상의 중요성은 심리학에서도 강조돼요. ‘작은 성공의 경험’이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해요. 저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 ‘방문자 100명 달성하면 좋아하는 카페에서 케이크 먹기’ 같은 작은 보상을 설정했어요.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이 다음 퀘스트를 진행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물론 큰 보상도 필요하지만, 작은 보상이 매일의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에요.
이렇게 게임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인생도 게임처럼 즐기면서 살자’는 거예요. 물론 게임보다 훨씬 어렵고,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게임에서도 어려운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있잖아요? 현실에서도 어려운 퀘스트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뿌듯함이 찾아올 거예요. 그 순간을 위해 오늘도 작은 퀘스트 하나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